나는 경찰 공무원 시절 주로 수사분야에만 근무를 했다.
그것도 강력 사건을 주로 맡아 처리해 왔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해괴한 사건을 많이 경험했지만 이번 사건처럼 도심 한복판 터널 속에서 교통사고로 사람의 목이 단 칼에 잘린 듯한 특이한 사건은 처음이다.

나는 경찰종합학교에서 뺑소니사건 수사 전담반 교육과정을 맡아 경찰관들에게 수사 요령을 강의 하고 있기 때문에 항상 특이한 사건이 발생했거나 뺑소니 사범을 검거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즉시 해당경찰서에 연락하여 그 자료를 받아 교육자료로 쓰고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해괴한 사건일수록 특별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는 없다.

성동경찰서에서 우리 공단에 이 사건을 의뢰할 때 적어보낸 사건 발생 개요를 보면 2001. 5. 7. 13:08경 서울 성동구 금호동 1541번지 금호터널 시내 방향에서 오토바이 운전자인 김태호(가명, 남, 28세)가 터널 내 2차로를 불상의 속력으로 달리다 우측의 인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철재 파이프에 충돌하면서 충돌지점으로부터 약 8.7m 뒤에 운전자의 목이 칼로 자른 듯 잘린 채 떨어져 있고 몸통부위는 충돌지점으로부터 약 9.8m 앞에 떨어졌으며 오토바이는 약 78m 떨어진 곳에 좌측으로 넘어져 있는 것을 그곳을 지나던 택시기사가 노면에 사람의 머리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마네킹인줄 알았는데 몇 미터를 더 가다보니 또 사람의 몸체가 있어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고 112로 신고한 것이라고 되어있다.

성동경찰서로부터 이 사건을 의뢰 받은 뒤 사망자 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사연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었다.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김태호씨는 주위사람들로부터 검소하고 성실하기로 소문난 모범 청년으로 일주일 후에 . 결혼하기로 날짜를 잡아 놓은 상태인데 그만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. 그것도 뺑소니차에 치어 목이 잘리는 비참한 사고로 사망했다며 가족들은 그 범인을 꼭 잡아달라고 애원했다.

그 가족들이 말하는 뺑소니란 무엇일까?

뺑소니란 법률적인 용어는 아니다. 뺑소니란 도로에서 차의 교통으로 사고가 발생한 후 그 사고로 인해 발생된 부상자를 즉시 병원으로 후송하여 치료를 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고의적으로 이탈하여 부상자에 대한 구호 의무를 위반한 때를 뺑소니사건이라고 한다.

또 뺑소니는 멀리 도망을 했느냐 아니했느냐 하는 거리개념이 아니고 사고현장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구호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안았다면 뺑소니가 될 수 있는 것이다.

차제에 앞으로 자주 나오게 되는 용어 중 "고의"와 "과실", "사건"과 "사고"에 대한 용어를 국어사전의 풀이와 법률적인 의미를 정리해 본다.